몇 학년 진도까지 나갔냐고 묻기 전에
문제집은 앞서 나가는데 아이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진도를 확인하기 전에 한 문제를 놓고 나눠볼 이야기.
아이가 친구보다 늦는 것 같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누구는 벌써 다음 학년 수학을 시작했다는데, 우리 아이는 같은 단원에서 자꾸 틀린다. 문제집을 한 권 더 사야 하나 싶어진다.
그럴 때 진도표 옆에 질문 하나를 놓아보면 좋겠다. 지금 푸는 문제를 아이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분수 계산을 맞혔다면 ‘왜 분모는 그대로 두었어?’라고 물어볼 수 있다. 계산 순서를 외워서 답할 수도 있고, 그림을 그려 설명할 수도 있다. 말문이 막힐 수도 있다. 그 반응을 점수로 매길 필요는 없다. 다음에 같이 볼 부분을 찾는 정도면 충분하다.
먼저 배우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 새 내용을 재미있어하는 아이도 있다. 다만 문제집을 끝냈다는 사실이 이해했다는 증거를 대신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다음 권으로 넘어가기 전에 한두 문제쯤 다시 들여다볼 여유가 필요하다.
‘왜 그렇게 풀었어?’라는 질문도 말투에 따라 시험이 된다. 설명이 서툴다고 ‘그것도 몰라?’라는 반응이 돌아오면, 아이는 다음부터 답만 말하려 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알겠는데 이 부분을 더 듣고 싶어’처럼 궁금한 지점을 짚어주는 편이 낫겠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면 그림을 그리거나 바둑알을 놓아도 된다. 부모가 먼저 틀린 풀이를 보여주고 어디가 이상한지 찾아달라고 해도 좋다. 설명하는 방식까지 하나로 정할 필요는 없다.
매일 모든 문제를 확인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녁마다 부모 앞에서 풀이를 발표해야 한다면 아이도 지친다. 오늘 푼 문제 중 하나, 아이가 유난히 오래 붙잡았던 문제 하나면 된다.
진도가 늦어 보여도 혼자 해내는 부분이 늘고 있다면 그것도 살펴볼 변화다. 몇 페이지를 넘겼는지 확인한 뒤에는, 아이가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한번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