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아직 없다는 아이와 진로 이야기를 나누려면
직업 이름을 정하지 못해도 대화는 시작할 수 있다. 아이가 오래 붙잡는 일, 피하고 싶은 일부터 들어보자.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는 질문에 ‘아직 모르겠어’라는 답이 돌아온다. 부모는 관심 있는 것이 정말 없는지 걱정한다. 또래가 진로를 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서두르게 된다.
하지만 직업 이름을 말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이에게 들을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시간이 빨리 가는지, 어떤 활동을 다시 해보고 싶은지는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면 곧바로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묻기보다 무엇을 그릴 때 재미있는지부터 들어보자. 인물의 표정을 그리는 일이 좋은지, 색을 조합하는 일이 좋은지, 친구에게 그림을 보여주는 일이 좋은지에 따라 대화가 달라진다.
싫었던 경험도 남길 만하다. 모둠 발표에서 말을 하는 것은 괜찮았지만 준비 일정을 맞추는 일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는 ‘발표가 싫다’보다 구체적이다. 아이 스스로도 자신이 무엇을 부담스러워했는지 정리할 수 있다.
한 번 해본 활동을 곧바로 진로의 증거로 만들 필요는 없다. 재미있었다고 해서 계속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에 서툴렀다고 맞지 않는 일로 결론 낼 필요도 없다. 한두 번 더 경험해보고 생각이 바뀌면 그 이유를 들어보면 된다.
부모가 아는 직업의 범위도 한정되어 있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낯설다면 함께 실제 업무를 찾아보자. 직업의 멋진 이름보다 하루에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공부와 연습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쪽이 대화를 구체적으로 만든다.
학교에서 과목이나 활동을 선택해야 할 때는 결정이 필요하다. 그때도 평생의 직업을 먼저 정해야만 선택할 수 있다고 몰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현재 관심과 수업 내용, 학교 안내를 놓고 지금 해볼 선택을 검토할 수 있다.
‘아직 모르겠어’라는 답 뒤에 ‘그럼 요즘 다시 해보고 싶은 건 있어?’라고 물어보자. 직업 하나를 받아 적는 대신, 다음 경험 하나를 함께 골라보는 대화면 충분한 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