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었어?’
‘응.’
‘무슨 내용인데?’
‘그냥… 재미있었어.’

부모로서는 답답할 만하다. 꽤 오래 책을 들고 있었는데 한마디를 더 듣기가 어렵다. 내용을 모르고 넘긴 건지, 말하기 싫은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무슨 내용이야?’는 생각보다 큰 질문이다. 어디서 시작할지, 어떤 장면을 빼고 넣을지 정해야 한다. 읽은 내용을 이해하는 일과 그것을 짧게 들려주는 일 사이에는 간격이 있을 수 있다. 대답이 짧다는 것만으로 읽기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질문을 작게 바꿔보자. ‘누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 또는 ‘딱 한 장면만 다시 읽는다면 어디를 볼래?’라고 물으면 대화의 출발점을 고르기 쉽다. 아이가 장면을 고르면 부모도 그 부분을 함께 읽어볼 수 있다.

아이가 ‘이 친구는 나쁜 것 같아’라고 말할 때는 곧바로 교훈을 설명하기보다 ‘어디에서 그렇게 느꼈어?’라고 이어가면 어떨까. 인물에 대한 생각이 달라도 괜찮다. 글 속에서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찾아보는 데 의미가 있다.

부모가 먼저 짧게 말해도 된다. ‘나는 여기서 좀 속상했어. 기다리던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이 말이 정답처럼 들리지 않도록 아이의 다른 해석도 들어보자. 아이가 고른 문장을 읽다 보면 부모가 지나친 부분이 보일 수도 있다.

물론 매번 이런 대화를 할 필요는 없다. 웃긴 책을 읽고 한참 웃다가 덮는 날도 있어야 한다. 책마다 줄거리와 느낀 점을 제출해야 한다면, 읽는 동안에도 다음 숙제를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오늘 아이가 ‘재미있었어’라고만 말한다면 ‘어느 부분에서 웃었어?’ 정도로 시작해보자. 당장 긴 대답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다음에 그 책을 다시 펼칠 이유 하나가 남으면 된다.